취업활동기록

흡연실 청소?! 들어는 봤나, 비흡연자의 흡연실 청소?!!(1)

Goodbye ManagerKim 2019. 11. 27. 11:30

새로운 곳에 취업한지 대략 일주일이 되었을 때, 드디어 출장차 온 일본인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.

 

그리고, 대표님이 나를 불러 따로 하신 말씀이,

 

"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입장이니, 퇴근 시간이 되면 일을 내려놓고 퇴근해도 좋다"고,,

 

그 말을 믿은 내가 병신인가..... ㅋㅋ

 

당시 아이들은 어린이집에 맡겨둔 상황으로 늦어도 7시반~8시 사이에는 찾아야 했다.

 

어린이집에서 아이들 저녁밥은 챙겨줄 수 없었기 때문에,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서 어린이집에 보내줘야 했다.

 

그래도, 짧지 않은 시간 육아에 매진했고, 어디에 취업하든 최소 2년은 버텨보자는 생각이 컸기 때문에,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는 일 따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.

 

.......

 

어느 날, 전임자가 퇴사 한 후, 책상 서랍을 정리하는데 왠 "품의서" 가 잔뜩 나왔다. 보아하니, 결재를 올렸으나 승인받지 못해 이면지로 쓰려고 넣어둔 것 처럼 보였다.

 

그리고, 머지 않아, 그렇게 "품의서" 이면지가 잔뜩 쌓여있는 이유를 알게 됐다.

 

회사에서 "정수기", 와 "라벨기"가 필요하다며 품의서를 요청했다.

 

보통은, 정수기 및 라벨기를 알아 보고 리스트업 한 후, 상사에게 보고,  결정 후 "품의서"를 올리는 걸로 알고 있는데,

 

그 회사에서는 "리스트업"을 품의서와 함께 제출 했다... ;;;;

 

외관, 가격, 납기, 기능, 등등을 추려서 표로 만들어 영업부장에게 제출했는데, 이것저것 여기저기 수정할 것만 잔뜩 알려주고 다시 제기 할 것을 명령 했다.

 

그래서, 다시 요청대로 여기저기 이것저것 수정해서 제기 했는데, 또 다시 이것저것 여기저기 수정할 것을 또 잔뜩 알려 주었다.

 

그렇게, "정수기"품의를 하는데, 계속 결재가 되지 않아 해치우고 갈 요량으로 한두시간 야근을 하는데, 야근을 하고도 계속, 이것저것 여기저기 수정할 것을 요청 받았다.

 

그 다음날도, 또 그 다음날도,, 달라지는 게 없었다.

 

그렇게 정수기 품의건 만으로 2주 넘게 8시까지 야근을 하면서 지냈고, 2주쯤 되니, 이것은 단지 업무가 아니라, 업무를 가장한 직장 내 괴롭힘 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.

 

또 어느날 다시 6시까지 업무를 보고도, 또 정수기 품의서에 대해 이것저것 수정사항만 요청 받은 채, 안되겠다 싶어 퇴근을 하려고 일어섰다.

 

그랬더니, 영업부장이 말했다...

 

"(썩소를 날리며)김주임 어디가? 품의서 아직 안됐는데,,"

 

.......

 

아직도 궁금하다, 그는 정말 그 품의서의 수정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나에게 그런일들을 지시한 것일까?

 

.......

 

결국, 정수기 품의건은 결재도 제대로 되지 않은채로 퇴사하게 되었는데,

(물론 퇴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정수기가 아니다. 이 포스팅의 제목처럼, 흡연실 청소 지시가 원인으로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. )

 

퇴사 당일, 아침 일찍 내가 괜찮다고 생각했던 정수기, 작고 컴팩트한 그 정수기를 전화해서 설치하라고 지시 받았고,

 

품의서고 뭐고 뭐 결재 받고 할것도 없이 그냥 전화로 정수기 신청해서 설치하고 끝.

 

;;;;

 

뭐지????

 

더 황당한건,

 

퇴사당일, 차장이 날 보면서

 

"김주임이 품의서를 너무 못쓰고 일을 너무 못해서, 그냥 정수기는 전화해서 사는걸로 했다.."고,

 

ㅍㅎㅎㅎㅎㅎㅎㅎㅎ

 

가끔, 그 회사의 안위가 궁금해서 잡코리아 등에 들어가보면, 거의 뭐 한달에 한 번 꼴로 직원을 갈아치우고 있는듯 하다.

 

(7인 사업장인데, 내가 있는 동안에만 4명이 퇴사했다.... 단 3주 동안에!!)